삼촌 망했어.
삼촌은 겨울에 나무를 때는데
산에서 나무하기가 너무 너무 힘든 거야.
그런데 텔레비전을 보니까
인도에서는 소똥을 태워서
난방도 하고 밥도 해먹는 거야.
그래서 삼촌도 ‘와 저거다!’하고
나무 대신 소똥을 태우기로 했어.
멀지 않은 곳에 큰 목장이 있었거든.
마당에 소똥을 한 트럭 받았어.
그리고 삽으로 펴서 말렸지.
똥이 말라야 불이 붙지, 그렇지?
근데 똥이 생각보다 잘 안 말라.
아침마다 뒤집어 주고
눈이 오면 덮어 주고
비가 오면 덮어 주고
해가 뜨면 또 뒤집어 주고
그랬는데 똥은 잘 안 말라.
소똥은 정말 ‘드럽게’ 안 말라.
그래서 겨우겨우 말렸는데, 있잖아.
우리 소똥은 말라도 불이 안 붙어.
붙긴 붙는데 잘 안 붙어. 왠지 알아?
인도 소는 풀을 먹고 우리 소는 사료를 먹어서 그래.
그걸 겨우내 고생고생하고서야 알았어.
삼촌 멍청하지? 삼촌은 하는 게 늘 그래.
근데 저 소똥 다 어떡하나?
그림_ 이윤엽 삼촌은 판화가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따뜻하게 그러나 때로는 날카롭게 그려내지.
출처: http://blog.daum.net/goraeya/8849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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